전체 글
-
[바오로 6세 노트] 반짝인다고 모두 금수저는 아니다: 바오로 6세의 특별한 배경가톨릭 사회교리(CST) 2022. 5. 23. 15:50
전직 예수회원이자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전기작가인 헤블스웨이트(Hebblethwaite)는 그의 저서 Paul VI: The First Modern Pope에서 바오로 6세를 "최초의 근대적인 교황"이라고 묘사하였다. '근대'라는 단어는 20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교회에서는 별로 탐탁치 않은 용어였다. 예컨대 비오 10세의 경우 1907년 회칙 Pascendi Dominici Gregis에서 정말이지 꼼꼼할 정도로 근대주의에 대해서 다방면에 걸쳐서 비판하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모디니스트라는 꼬리표는 옛날 한국사회에서 빨갱이라는 꼬리표처럼 교회에 위험한 인물이라는 불온한 느낌을 주었다. 헤블스웨이트가 바오로 6세에게 이전시기에 그토록 불길하게 느껴졌던 '근대적'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던 것은 근대에 대한 새..
-
이상과 현실의 차이: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의 군사적 실패와 게라시모프 독트린덕질 2022. 4. 27. 23:37
비극의 시작: 게라시모프 독트린 2013년 2월 26일 러시아군 총참모장 바실리 게라시모프 대장은 러시아 군사저널에 "미래에 대한 예측에 있어서 군사과학의 가치"라는 논문을 기고하였다. 이 논문이 주목받았던 것은 2014년 돈바스 위기 때 러시아가 은밀하게 군사작전을 전개하는 것이 드러나면서 부터였다. 이 논문에서 게라시모프는 앞으로의 전쟁은 전시와 평시의 구분이 없는 전쟁이 될 것으로 보았다. "21세기에는 전쟁과 평화 사이의 구분이 애매해지는 경향이 있다. 전쟁은 더 이상 선포되지 않고 일단 시작되면 우리에게 익숙한 패턴과는 다른 식으로 흘러간다." 게라시모프가 주목하는 것은 이른바 아랍의 봄과 같은 '색깔혁명'이다. 전통적인 군사적 전쟁은 아니지만 그 파괴력이나 결과는 전쟁에 준한다는 것이다. 그에..
-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둔 푸틴 연설과 해제덕질 2022. 4. 26. 16:16
2022년 2월 21일 크레믈린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작전을 개시하면서 대국민 연설을 하였다. 이 연설이 꽤 재미있다. 아주 많이. 도대체 왜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는지에 대해서 정말 설이 분분하다. 전문가들도 헷갈려한다. 물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가 결정적인 이유인 것은 맞지만, 그래도 왜 전면침공의 방식을 택했는지 많이들 의아해 한다. 의외로 푸틴의 대국민 연설이 이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이 연설은 대외적인 것이 아니라 러시아 국민들을 향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종의 프로파겐다이다. 하지만 프로파겐다라고 하더라도 일말의 진리는 담겨 있는 법이다. 그리고 프로파겐다 자체도 프로파겐다를 시행하는 이들의 정신세계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
035. 뜬금없는 움베르토 에코Mindful 100일 2022. 3. 11. 23:01
기호학 관련 아티클을 읽으며 덕질하다가 문득 움베르토 에코 선생을 마주함. 에코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밤새도록 할 수 있지만 그 양반이 내 인생에서 한획을 그은 사건들 중 하나가 떠오름. 1991년 초에 병신같은 선지원 후시험-지원할 대학의 학과를 밀 정한 후 학력고사라는 노가다 시험을 보는-으로 모대학 모과에 입학원서를 넣고 그 모대학에서 시험을 보러 상경. 그것도 병신같은데 여관방에 있기 싫어서 모대학 대학촌의 하숙집에 머물며 시험준비. 지금은 모대학 교수인 선배-당시에는 선배가 될줄도 몰랐지만- 그 인간이 독서광인지라 책장에 '푸코의 추'를 발견하고 이게 뭐여? 지구 자전에 관한 과학서적인거? 가볍게 들었다가 밤을 새버렸다. 대충 새벽에 1권인가를 끝내고 시험장에 가서 컨디션 개판인 상태에서 시험을..
-
034. 아침독서로 새로이 선정된 책: Pedro Arrupe SJ: Mystic with Open EyesMindful 100일 2022. 3. 7. 14:50
매일 아침 정말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던 라메트 신부의 Pedro Arrupe 전기를 다 읽고 난 후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약간의 패닉이 왔다. 그냥 하릴없이 일만 하다가 아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내 마음을 좀 더 부드럽게 해주고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을 일깨워주는 것이구나 하는 사실을 다시 깨닫고 아침 독서로 읽을 책을 물색. 브라이언 그로건 신부님의 Pedro Arrupe SJ: Mystic with Open Eyes가 당첨됨. 예전에 읽으려고 킨들에 사넣어뒀다가 까먹은 책. Brian Grogan 신부님은 아일랜드 예수회원으로 알고 봤더니 꽤 유명하신 분. 특히 Sacred Space의 디렉터였다. https://www.sacredspace.ie/ Sacred Space | Your daily p..
-
숙고할 만한 페드로 아루페의 말: 지금 이 세상에 필요한 것Pedro Arrupe 2022. 3. 7. 11:55
"오늘날 이 세상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가난한 예수님에 대한 믿음과 사랑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는 삶을 필요로 한다." 디에스 알레그리아 신부의 말을 연상케 한다. "오늘날 교회는 가난에 대해서 말을 많이 하지만 가난하게 살지 않는다." 삶이 따르지 않는 말은 이제 더 이상 힘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도처에서 본다. 우리의 삶, 일상생활, 우리의 routine이 얼마나 신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가?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무엇을 하는가, 우리는 식탁 앞에 차려진 음식을 두고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가, 사무실에 들어가서 동료들을 만나면서 그들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고 있는가, 전화기 너머 우리의 도움을 청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
-
033. 드디어 대성집을 가다Mindful 100일 2022. 3. 5. 23:09
나에게 대성집은 로망과도 같다. 혼자서 누릴수 있는 혼밥의 Max같은 거. 사실 두차례 시도했다가 너무나 많은 웨이팅 탓에 기가 꺽여서 실패. 오늘 갔다. 드디어. 1. 주인인자 매니저인지 젊은 총각의 접대가 인상적. 손님과 어거지 진상이 섞여 있는데도 템포를 잃지 않더라. 아주 인상적이었음. 2. 도떼기 시장. 도가니탕+소주의 대향연. 다시 올일 없다 싶었다. 3. 참 미안한데... 난 개인적으로 MSG 옹호파. 다만 잘싸야 한다는 주의. 무슨 말이냐면 소고기 다시다 같은 얘들과 달리 MSG는 맛을 증폭시키는 기능 즉 enforcer의 기능을 한다. 굉장히 괜찮은 조미료라는 것. 문제는 그 몰개성적이며 조연적 성격에 있다. MSG가 오버도되면 맛이 변질된다. 묘하게 느끼한 느낌. 그 경우에는 MSG가 ..